
녹색혁명의 첫걸음, 통일벼
우리 농업은 1950~1960년대 전후의 빈곤을 극복하고 1970년대 쌀 자급자족을 달성하며 ‘녹색혁명’의 길을 개척했다. 1980년대에는 기술개발을 통해 농업의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는 등 농업발전과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해왔다. 특히, 최근 ‘밥상의 품질 고급화’ 실현을 위한 우리나라 농업기술은 50년이란 짧은 시간에 비해 역동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경제적 자립은 식량 자급자족으로부터 이뤄진다.’ 한국전쟁 후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이 국가정책의 지상과제였다. 그 당시 벼 품종은 재래종과 도입종이 주류를 이뤘는데 키가 커서 바람에 잘 쓰러지고 병해에 약했다. 이를 극복한 것이 필리핀의 국제벼농사연구소(IRRI)가 개발한 인디카 쌀의 다수확 새 품종 계통 벼와 자포니카 계통 벼를 교잡한 다수확 신품종 ‘통일벼’ 개발이다.
양과 질, 지역 특성을 살린 품종 개발
통일벼 이후로는 재배하기에 좋은 형태로 벼를 만드는 ‘육종’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기술발달을 토대로 최근에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여러 품종의 쌀이 나오고 있다.
통일벼 품종은 생산성은 높지만, 품질과 밥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1980년대 이후 재배면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통일벼와 같은 생산량은 유지하면서도 밥맛이 더 우수한 품종인 ‘화영벼’ ‘동진벼’ ‘일품벼’ 등을 개발했고, 나아가 내재해성까지 갖춘 ‘운광’ ‘고품’ ‘삼광’ 등 최고품질의 벼를 내놓았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특성을 살린 쌀을 개발했는데, 경기도는 ‘임금님표 이천쌀’이 대표 주자다. 이천쌀은 밥맛을 나쁘게 하는 지방질, 단백질 함량이 다른 지역보다 적고, 밥맛을 좋게 하는 티아닌, 니아신, 필수아미노산 등은 상대적으로 많아 추수 후 3~4월까지도 밥맛이 좋다.
경북의 ‘서안동 양반쌀’은 계약재배를 통해 엄격히 재배 관리되고 있다. 재배에서 생산, 유통까지 일관 체계를 구축했고, 건조저장시설 증설과 곡물 냉각기를 설치해 매입한 벼를 일정한 온도로 저장함으로써 수확 당시의 신선도를 유지해 판매하고 있다.
또 만경강 간척지 땅을 활용한 전북의 ‘옥토진미’,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되는 전남의 ‘달마지쌀 골드’와 청와대에도 납품된 ‘한눈에 반한쌀’도 우수 브랜드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철원평야의 기름진 점액질토양에서 재배되는 강원도의 ‘철원오대쌀’, 지리산 청정 지역의 고령토 지역에서 생산된 경남의 ‘산청 메뚜기쌀’, 등도 인기다.
기능성 쌀 전성시대
쌀 품종 개량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서 최근 ‘기능성’을 더해 의약용 및 건강 등 각종 가공식품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육종으로 진화하고 있다.
식용으로는 식이섬유 함유량이 많고 쉽게 포만감을 주는 다이어트 쌀 ‘고아미’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는 키 크는 쌀 ‘하이아미’, 칼슘과 철분 등 한국인에게 부족한 미량원소를 보충해주는 ‘미네랄 쌀’ 등이 실용화됐다.
이 외에도 컬러 쌀은 항산화 기능과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여주는 젊어지는 쌀로 인기가 높다. 의약용 품종으로는 음주 욕구를 억제하는 알코올 중독 치료 쌀과 특정질환 환자용 맞춤형 쌀 등이 개발돼 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발효성이 뛰어난 우리 술 전용 쌀도 개발되었고 가축의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총체 사료용 벼, 화장품 등 쌀은 가공을 거쳐 다양한 산업용 소재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무역장벽 철폐 등으로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농업,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기능성 품종 쌀은 신성장동력이자 세계시장을 공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쟁력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매거진 8월호에서..> |